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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 광주가 묻고 ‘불안한 외출’이 답하다

광주가 묻고 ‘불안한 외출’이 답하다

광주극장 12일 `공동체상영회’ 개최
김철민 감독·주인공 윤기진 씨와 만남

 

김우리 uri@gjdream.com

 

 

 

▲ 12일 광주극장에서 영화 `불안한 외출’ 상영 뒤 관객과의 만남 자리가 마련됐다.

 각종 인권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면서 약진 중인 다큐멘터리 영화 ‘불안한 외출’이 광주극장에서 정식 개봉했다. 영화는 명지대 총학생회장·한총련 의장 등 학생운동에 몸 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지명수배 당한 윤기진 씨의 삶과 그의 가족을 담았다.

 광주극장은 지난 12일 오후 7시30분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영화에 대한 이해 폭을 넓혔다. 현장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을 싣는다.

 -영화 ‘불안한 외출’은 국가보안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포스터만 보더라도 영화는 한 가족의 일상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 제작의 배경을 설명해 달라.

 △김철민 감독(이하 김): 거의 10년 동안 종북 색깔론이 해도 해도 너무한 지경까지 왔다. 영화를 통해 종북이라고 공격받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생각해보길 바랐다. 그 결과가 한 가족에게 얼마나 큰 고난이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마냥 피해 받고 쫓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와중에 의지하고 서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화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일상이 침해받는 것을 봤다.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윤기진(이하 윤):2심에서 검사가 다시 상고를 한 상태고 1심 선고에서는 검사가 5년 형을 내렸는데 선고가 내년 1월에 결정된다.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니까 지금이 무척 소중하다. 그런데 늘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한 게 있다. 삶을 완전히 누려지지가 않는다. 아무래도 신분이 신분이다 보니 합법집회밖에 안 나가는데 지난 11월14일 민중총궐기 갔는데 민권연대 윤기진이 기획했다는, 배후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14만 명(1차 총궐기 집회 추정 인원)이 영화를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처럼 학생운동은 활발하지 않지만 요즘에도 각종 집회가 있고 이슈들이 존재한다. 과도기적 시대보다 발전됐다는 지금이라지만 달라진 게 없다는 시각이 있는 이유다. 현 시국을 어떻게 보는지?

 △윤:지난 민중총궐기 이후 소환장 나오고 나서 해외동포 몇 분이 메시지를 보냈다. 독일로 망명할 생각 없냐고 하더라. 그런 대한민국이라면 살 필요가 있겠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보자면 그렇다. 한상균 위원장 같은 사람이 있지 않나. 나라가 거꾸로 간다고 해도 목소리를 내는 용기 있는 사람이 있다. 언론도 마음대로 기사를 쓸 수 없게 하는 사회다. 자꾸 거꾸로 가는데 나쁜 사람들이 커보이는 건 공권력을 쥐고 있어서 그런 것이고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아름다운 일상을 꿈꾼다. 희망을 찾는다.

 -윤기진·황선 부부의 결혼식 장면이나 학생운동 시절 시위 장면 등 다양한 영상자료들이 쓰였다. 얼마나 긴 시간동안 준비된 영화인가?

 △김: 영상운동을 시작한지 14년 정도 됐다. 대학 동아리 활동도 영상동아리여서 투쟁이나 국가권력에 대한 피해자들에 대해 영상기록을 해오고 있었다. 특히 주인공의 결혼식은 특별했었다. 언론에서 생중계를 할 정도였으니까. 그 과정들을 기록만 했을 뿐 영화화를 생각하진 않았다.

 나조차도 국보법 피해자들에 대해 일정부분 체념했었다. 이들이 수배자가 되고 결국 끌려가는 것은 답답한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평범한 일상에 대해 알게 되고 개봉까지 오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국보법 등에 대해 잘 몰랐던 국민들의 분노와 공감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힘을 내자고 생각했다. 영화 준비는 3년 정도 들였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궁금해졌다. 국가보안법이 무엇인가?

 △윤: 남과 북이 분단되면서 남쪽에서 이용하고 있는 법이다. 북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북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위반 사항은 종북이나 친북이라기 보다 반정부 세력에 대해 규정되는 측면이 크다.

 △김: 그런 궁금증이 생긴다는 것이 너무 좋다. 영화의 취지는 국보법 피해자들을 영웅시하려는 게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어떤 법인지 궁금증이 생기기를 바란다. 사상과 자유, 양심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이를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라면 사라져야 마땅하다.

 -영화를 통해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정부가 동일한 생각을 심어주겠다는 것은 의도가 좋건 좋은 목표건 잘못된 것 아닌가. 민주주의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윤: 일제치하가 끝나고 나서는 국보법이 제정되고 그것은 오로지 친일의 기득권이 유지되는 시스템이었다. 자유롭게 토론이 활성화 돼야 하는데 이 장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내가 감옥가고 아내가 감옥 가는 게 무서운 게 아니다. 주변의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다 손을 놓게 되더라. 아내가 감옥을 가는 것을 본 국민들은 어떻겠나. 맑스 연구를 합법화한 지 20년 밖에 안 되는데, 하물며 가장 연구하고 공부해야할 북에 대해서는 공부하고 자유롭게 토론하기 어려운 사회다.

 지난 10일 개봉한 영화 ‘불안한 외출’은 광주극장에서 몇 차례 더 상영이 이어질 예정이고 공동체상영회 등의 자리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