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외출>리뷰
<불안한 외출> : 평범한 삶을 '꿈'꿔야 하는 희한한 시대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네이버지식백과]”로 2012년 개정되며 지금까지 현행되고 있는 법률이다. 하지만 오늘날 국가보안법은 개인의 인권과 표현의 자유 등을 억압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폐지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찬반의견이 극렬하게 나뉘는 복잡하고 무거운 사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불안한 외출>은 이러한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10년의 수배생활, 5년의 수감생활로 평범한 삶을 박탈당한 윤기진과 그의 아내 황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언뜻 무겁고 어두운 소재로 보이지만 영화는 생각보다 밝은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3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그가 출소하던 날, 첫째 딸 민이는 말로 하진 않지만 왠지 계속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결혼 후에도 수배생활 중이었고 2008년 수감되면서 윤기진의 삶에 가족과의 시간은 없었다. 윤기진 역시 자신의 딸들을 보고 미소를 짓는, 어쩔 수 없는 아빠인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란 8년의 관계를 회복하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엄마와 할머니, 여자 가족들과 자라온 아이들에게 아빠는 낯설기만 한 존재인 것이다. 영화는 8년이 지나서야 서로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현재의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이전의 영상들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결혼식 장면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돌잔치, 아이들이 자라는 일상적인 모습들까지. 특히 감옥 면회실 유리벽 뒤에 아빠를 두고 아이들은 천진하게 장난을 치고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애교를 부리는 생생한 장면들은 그의 정치적 이념을 떠나 평범한 사람으로서, 가장으로서의 그의 모습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처럼 영화는 정치적인 입장을 전반에 내세우기보다 한 개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대학시절 평범한 학생에 불과했던 윤기진은 ‘강경대 구타 치사 사건’과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에서 접하면서 학생운동을 시작한다. 당시 한국대학총학생연합(이하 한총련) 소속으로 김영삼 정부의 시장개방에 맞서 학생운동을 하던 그는 1심에서 2년을 선고, 2심에서 1년 6개월을 선고 받는다. 이후 학교로 돌아간 그는 학생운동에 대한 탄압이 전보다 더 심해졌다고 여겨 본격적으로 한총련 의장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때문에 그는 수배자 중에서도 특급 수배자로 낙인 찍힌다. 수배 생활을 하던 그는 어느 곳 하나 자유롭게 다닐 수가 없었다. 사람을 만나도 늘 피해있었고 아내 황선과의 결혼식 역시 기밀작전을 방불케 했다. 결혼식 전날 냉장고 상자에 몸을 숨기고 결혼식장에 숨어있기도 하고 피로연이 채 끝나기 전 경찰이 들이닥쳐 도망가는 사람들 사이로 식장을 빠져나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운명의 장난처럼 검찰은 출소 직전의 윤기진을 또다시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한다. 옥중에서의 편지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로써 출소 후에도 그에게 주어진 자유의 시간은 1년. 언제 또다시 가족과 이별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재판이 다가올수록 화면에서도 그의 불안함과 초조함이 느껴진다. 15년 동안의 억압된 삶에서 벗어나 이제 무언가를 하고자 했던 그의 ‘불안한’ 자유는 삶의 모든 부분을 스스로 제약하게 만든다.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면 괜찮은 것들이 ‘윤기진’이라서 안 될 수 있다는 불안함이 완전한 삶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출소 후 그는 말한다. 그가 ‘유별나게 투쟁한 것이 아니라 유별나게 탄압받은 것은 아닌가’ 라고. 영화는 윤기진이라는 개인의 삶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의 삶으로부터 오늘날 희한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개개인에게 가해지는 어떤 억압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스크랩 > 관객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네21 네티즌 리뷰 펌] horromad 님의 리뷰 (0) | 2015.12.28 |
---|---|
[후기-페북펌] 이상희님의 관람후기 (0) | 2015.12.15 |
[후기-페북펌] 박민선님의 후기 (0) | 2015.12.15 |
그들만의 삶으로 넘겨왔던 나를 반성한다 (0) | 2015.08.05 |
영화를 통해 진실이 승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0) | 2015.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