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님의 페이스북 후기
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은 무척이나 어둡고 스산한 바람이 이는 곳이었다.
유령처럼 배회하며 다다른 그 길 끝에는 마치 외로운 울림이 저 너머로부터 들려오고 사라져 가는 듯한 느낌으로 1평이 채 안되는 공간과 메아리 같은 울림들이 가득한 창살이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작사 작곡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길을 걸었다.
"그녀는 단화만 신는 키 173의 8등신~♪ 나는야 키 높이 신발만 신는 루저에 (상)등신~♬" --;;;
한참을 걷다가 갑자기 몇 번 버스를 타야 될지 잘 기억이 안 났다.
어쩌면 나도 공범일지 모른다.
둘리가 맘모스랑 암모나이트 구워 먹던 시절;;; 난 낙성대 옆 S대에서 하던 무슨 8.15 행사의 무대 설치알바를 하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에 아시바를 올리며 조명기를 설치하던 그때, 여러 개의 무대에서 통일이라는 구호가 동시에 나왔을 때 시니컬하게 조롱하듯 지껄였다. "지들끼리 통일도 못하면서 무슨 조국통일을 해!!"진영끼리 저마다 다른 무대 중 한 곳의 조명을 서둘러 설치한 후 도라꾸 몰고 학교 정문을 빠져나올 때 앞뒤로 전경과 학생들 사이에 가로막혀 욕설을 날리기도 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어쩌면 나도 죄수일지 모른다.
쇼생크 탈출이나 빠삐용처럼 열심히 땅굴 파서 감옥을 나왔더니, 바깥세상은 더욱 큰 감옥이었더라.를 깨달은 죄수처럼 좌절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내가 공범인지 죄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 세상이야말로 거대한 감옥일수도 있다는 걸
어쩌면 우리는 항상 불안한 외출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이 다르고 사상이 다르다고 좁은 독방에 홀로 가둬두는 것, 아마 그런 권리는 추호도 없다는 걸
그 영화는 얘기해주고 있었다.
그 날 따라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평소보다 너무 길었다.
안 보신 분들에게 강추한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매드맥스 보다 재밌다.진짜인지 아닌지는 영화를 직접 보시면 안다.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초딩때 독후감 숙제도 안하던 내가 이런 장문의 감상문을 이곳 게시판에 남기겠는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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