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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관객 리뷰

다시 바뀌는 엔딩을 절실히 원한다... (서울인권영화제 관객후기)


서지연님 페이스북 후기



한 낮 지하철 
경찰들이
한 여학생을 낚아채 제압했다.
경찰들의 거친 제압 여학생의 비명소리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경찰은 소매치기범을 검거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그 여학생은 끌려갔다.

그 여학생은 소매치기가 아니라 
한 여대 학생회장.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배 중이었다.

한총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스무살, 한총련이 총학생회의 연합체인 것을 알고선 받은 충격이란. . .
한총련은 빨갱이총연합이거나 혁명가총연합쯤은 되거니 했는데
학생회의 연합이라니
국가가 자기 나라 대학생 학생회의 모임을, 가장 큰 대학생들의 단체를 간첩쯤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충격이었다.

그랬다.
단과대학 학생회장만 되도 한총련의 대의원이 되는 까닭에 학생회장으로 당선이 되면 자동으로 수배자가 되는 현실.

가족들에게 경찰들이 찾아오고
핸드폰은 도청과 위치추적이 되고
애인에게도 미행이 붙고
때로는 경찰과 가족들의 합동작전으로 경찰에 끌려가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제약과 폭력들.

누구에게는 일상이고
누구에게는 빛바랜 과거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비현실인 일일거다.

그 일을 아주 담담하지만 불편하게 이야기하는 영화가 ‪#‎불안한외출‬ 이다.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국가권력의 탄압이라고 하는 윤기진.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했다고 말하는 게 싫어 10년 수배를 감수했다는 사람.
그 사람의 이야기.
이야기거리는 참 많다. 
수배10년,결혼과 두 아이의 출산만으로도
구속과 수감생활만으로도
감옥을 나와 처음으로 집생활을 하며 아이들과 부딪치는 일상만으로도 
처음으로 같이 뱃속의 아이를 확인하고
또 떠나보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다큐가 완성되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감독이 선택한 이야기는
출소와 함께 시작된 재판과 그 재판이 가져오는 일상의 파괴이다.
수감 중 아내와 동료에게 쓴 편지가
이적표현물이라며 국가가 
다시 그를 옭아매려한 것은 출소 전 날.
출소와 함께 시작된 이 어이없는 재판은 그와 그의 가족이 온전한 일상을 누리는 것을 제약하고 방해한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일을 일상으로 겪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는 계속 묻게 된다.
이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아니 이런 부당함이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고 있단 말인가.

어느 새 국가보안법에 의한 탄압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도
이런 일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던 사람들에게도
똑같은 무게로 던져지는 이 물음.

탄압이라는 것이 지속될수록
참담한 익숙은 감정을 무뎌지게 하고
외면할수록 멀어지는 차디찬 괴리는
공감이라는 것 자체를 앗아간다.
그 둘에게 영화는 
참담한 익숙 속에 간과한 일상의 파괴를 다시금 느끼고 확인케 하고
외면했던 현실을 직면케 한다.
그래서 불안한 외출은 참 고맙고 소중한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소중한 이유는 
영화가 그리고 그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엔딩이 계속 바뀌는 살아있는 책처럼
이 영화는 
작년과 올해의 엔딩이 다르다.
아마 내년에도 엔딩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바뀌는 엔딩을 절실히 원하게 한다.

영화를 보며 나오는 
어이없는 탄식과 눈물.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한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보여주는
이 영화가 끝내 이야기하고자하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일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