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경님 페이스북 후기
"윤기진에 대한 영화를 만들려고..."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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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장님? 무슨 내용이지요? 우리끼리 보는?..?) 등등 살짝 궁금한 점이 있었지만, 이건 왠지 내가 범접할 수준의 무언가가 아닌 것 같았기에, 그런가보다 했다. 의장님과 선언니를 좋아했지만, 같은 술자리 테이블에 있어도, 함께 웃고 떠들어도, 나에겐 어쩐지 높고 남다른 사람 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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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감독님의 총각작인 '걸음의 이유'를 보고 눈물 두 방울을 흘리면서 역시 센스있는 예술가라는 생각을 했었기에, 더군다나 윤의장님과 그의 가족은 우리와 우리 아닌 이들도 제대로 봐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그가 그를 이야기 한다는 것만으로 작품성이 참 기대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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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위험해 보이는 감독과 주인공은 사실 누구보다 웃기고 유쾌한 분들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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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가을, 부산국제영화제 때 남친이었던 동지와 커플티를 입고 나란히 앉아 눈물 콧물을 흘렸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왜 울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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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이야기니까 더 감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 냉정하게 보자, 3자의 시선으로.
아이들 어렸을 때네.. 아, 울면 안돼...
아..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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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무너졌고 그날 밤새 사람들과 어울려 해운대 언저리에서 술을 마셨다. 그때 윤의장님의 눈빛이, 선언니의 웃음이 다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출근하면 활동가라곤 오직 나밖에 모르는 동료들에게 "나 윤기진, 황선 부부랑 술 마셨어. 어떤 사람들이냐면..."하고 말해주리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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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새삼스러운 경험이었다. 영삼이와 쥐새끼를 욕하면서도 거대한 권력에 쫒기고, 갇히고, 감시받는 가족의 상처에 이렇게 둔감해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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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에 서 있지만 다른 궤적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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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난 주 같은 이름으로 '조금 새롭게' 편집되었다는 그 영화를 보고, 정말 놀랐다. 만약 극영화 시나리오를 이렇게 썼다면 막장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는 여태 내가 본 앤딩 중에 가장 슬펐다. 슬프다는 말로 다 할 수 없이 뱃속의 아이와 함께 슬프고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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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은, 내가, 아니 국가보안법 때문에 수배생활을 하는 윤기진이라는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걸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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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보라, 윤기진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가를. 그의 가족이 얼마나 핍박 받고 있는지를!" 보다 "여기 윤기진이 있습니다. 그리고 황선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고요. 그들과 함께 사는 가족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친구들, 그들과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어두운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살며, 빛을 만들고 싶습니다"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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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이라는 것을 이용하는 자가 종북이다. 국가보안법 철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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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외출 김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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